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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관련

일본 대지진 취재기(3) 쓰나미의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사람들

가마이시 시내 취재를 마친 후 쓰나미가 덮치지 않은 쪽에 있는 가마이시 코시중학교 대피소를 찾았습니다. 300여명이 대피해 있었는데요, 난방이 제대로 안 돼서인지 건물 안에서도 냉기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있어야 했습니다. 교실 등의 공간마다 십여명씩의 주민들이 이불을 덮은 채 추위를 견디고 있었고요. 하필 강추위에다 폭설까지 내리면서 대피온 주민들 마음이 더 차게 식어가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한국에 돌아온 후 일본 언론에서 보니 대피소마다 의약품과 연료가 부족해 고통을 겪는 피난민들이 많았습니다. 연료 부족으로 음식을 따뜻하게 덥혀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기사로 쓰면서 마음이 아프더군요.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자 이 학교에 대피해 있는 이들의 이름과 나이 등이 빼곡히 적혀있었고, 또 누군가를 찾는다는 내용의 절절한 메모들도 붙어있었습니다. 일가족으로 보이는 이들 3명이 명단을 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는데 차마 말을 붙일 수가 없더군요.

이 중학교의 운동장은 재해현장에 지원을 온 육상자위대가 쳐놓은 천막으로 가득했습니다. 육상자위대 병력과 중장비가 재해현장에서 큰몫을 하더군요. 재해현장에서 자기 집을 치우거나 함께 상가를 치우던 주민들이 육상자위대나 재해현장에 나온 노동자들에게 고맙다, 수고한다는 말을 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었습니다. 방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절망적인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도 가마이시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서로 격려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은 일본에 있을 때 쓴 기사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동병상련’ 아낌없이 주는 이웃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172144125&code=970203

택시를 타고 다시 하나마키시로 돌아와 옆 바로 앞에 있는 작은 호텔에 짐을 풀었을 때 시간이 대략 3시쯤, 인터넷 연결이 안 돼 호텔 직원과 함께 한참 씨름을 하다 해결하고 나니 오후 4시쯤이 되더군요. 점심을 못 먹은지라 하나마키역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할 만한 음식을 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도시 규모가 작다보니 이미 식당이나 편의점이 모두 문을 닫았더군요. 이날 아침 모리오카시의 편의점에서 미리 사놓은 작은 빵 한 개가 없었다면 기사 마감할 때까진 아무것도 못 먹을 뻔했지요. 기사를 마감하고 짐 정리를 하고 나니 6시가 넘었더군요.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 뭔가를 먹어볼까 했는데 문을 연 곳은 작은 이자카야 한 곳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들어가 생맥주에다 잿방어회로 요기를 했습니다. 챤코나베라고 냄비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먹는 요리가 먹고 싶었는데, 혼자 먹기에는 좀 많을 것 같아 참았지요. 물자가 부족한 일본에서 이런 양이 많은 요리를 시키기가 미안하더군요. 챤코나베는 원래 스모선수들이 잔뜩 재료를 넣고 먹던 요리라고 들었었거든요. 어쨌든 이날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호텔에서 잠을 청했답니다. 배가 고프니 피곤한데도 다음날 새벽같이 눈이 떠지더군요.



폭설이 내일 지난 17일의 하나마키시 모습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취재기 4편에서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