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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리비아 본격 개입’ 의견 분분한 나토

‘리비아 본격 개입’ 의견 분분한 나토

ㆍ터키·독일 반대로 ‘비행금지구역 이행계획’ 합의 실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0일 회의에서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이행 계획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막상 리비아 공습을 시작해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20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나토 회원국 회의에서 터키, 독일 등의 반대로 전체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군사개입을 하려면 나토 이사회에 의한 별도 실행 지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나토 28개 회원국의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

오아나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다만 유엔 결의에 따라 리비아에 대해 무기 금수조치 이행을 위한 군사계획을 실행하는 것에는 회원국 전체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나토 주요 회원국들은 지난 주말 리비아에 대한 공습에 참가하고 있지만 나토 자체가 본격적으로 리비아에 개입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터키와 독일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한 나토 회원국 대사의 말을 인용해 터키가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초기에 막아나섰다고 보도했다.

터키가 리비아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것은 이슬람에 뿌리를 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이슬람국가로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슬람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 내 각종 분쟁에 대해 개입이 아닌 중재의 역할을 맡으려 해왔기 때문이다. 또 리비아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해놓은 터키 기업들이 군사개입을 막기 위해 정부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경우 국외 군사개입에 대한 독일 내의 부정적인 여론과 주의회 선거 등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집권 기민련(CDU)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더구나 정국 주도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의회 선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서는 새로운 국외 군사개입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독일은 리비아산 석유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나토 차원에서 리비아 사태에 본격 개입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습에 적극 참가하고 있는 프랑스조차 나토 개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0일 “리비아 군사작전의 주도권이 며칠 안에 프랑스나 영국 또는 나토가 이끄는 동맹군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아랍연맹 쪽에서 나토의 우산 아래 작전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나토 28개 회원국은 21일부터 다시 비행금지구역 이행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