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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이집트 시위 다시 활기… 시위대 광장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집트 시위 다시 활기… 시위대 광장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집트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해방 광장)’에 8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수십만명이 모이면서 민주화 시위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반정부 시위 15일째인 8일 타흐리르 광장에 수만명이던 시위대 인파가 다시 수십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지난달 25일 분노의 날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이는 정부가 앞서 헌법개혁위원회 설립을 승인하고, 공무원 임금 인상 등 유화책을 내놨지만 무바라크가 퇴진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는 시위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타흐리르 광장은 지난 2주간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성지로 떠올랐는데, 그 기간에 시위대는 광장 안팎에서의 ‘시위 전술’과 새로운 규범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타흐리르 광장은 카이로 사방으로 연결되며 정부의 주요 건물들이 인접해 있다. 광장 주변은 군부가 탱크로 둘러싸고 있는데, 최근 군부는 시위대에게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위대는 타흐리를 광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을 점령하는 전술 하나는 ‘애드호크(ad-hoc)’이다. ‘애드호크’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쇼크(1967)>에 나오는 말로 구성원들이 어떤 특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일시적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시위대는 5만5000㎢ 면적의 광장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자체 해산했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광장을 ‘타흐리르 광장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광장에는 군부나 진압경찰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옥상 지도자’들이 정부 주요 건물 옥상에 올라가 시위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옥상 지도자들은 현장에서 시위대가 직접 선출했다.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는 20~40대의 건장한 남성들이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사복경찰이 광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신분증 검문을 실시하고 무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일부는 이집트 국기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닌다. 검문소 근처에는 외신기자들이나 인권단체들을 만나려는 이집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나 할말이 있을 경우에 기자와 단체 소속원들을 찾는다. 

또 다른 현상 하나는 광장 안에서 비공식적인 경제시장인 형성됐다는 것이다. 광장에서는 무바라크를 풍자한 만화 ‘타흐리르 광장 공화국의 정보부’가 판매되고 있다. 이 옆에는 상인들이 이집트 국기를 한 아름 쌓아뒀다. 따뜻한 차 한잔은 이집트 1파운드(17센트)에 팔리고 있다. 이집트 전통 면 요리 중 하나인 코샤리는 3~5파운드 선이다. 빵 한 조각은 1파운드에, 티슈 한 각은 0.75파운드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같은 분위기를 ‘축제 분위기’로 단정해 보는 것에도 우려하고 있다. 타흐리르 광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양보를 받아낸 것 만큼) 축하의 분위기가 있지만 시위도중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남성은 알자지라에 “우리는 시위를 조직할 위원회는 없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이유로 나왔다. 친구들은 돈을 나누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인상적인 것은 광장 안의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많은 시위대가 식량이나 생필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향미 기자 sokj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