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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술레이만 ‘무라바크 이후’ 이끄나

술레이만 ‘무라바크 이후’ 이끄나

ㆍ친미·반무슬림형제단 성향… ‘구체제 일원’ 한계도

이집트 권력이양 협상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76·사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지난 6일 야권과 헌법개혁위원회 구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또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암살 이후 내려진 비상사태 철회와 양심범 석방, 언론의 자유 등을 약속했다.

술레이만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부통령으로 전면에 내세운 인물이다. ‘질서 있는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원하는 미국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술레이만 부통령이 밝힌 개혁 이행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지지를 보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에서도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과 이란 봉쇄 등 미국 중동정책의 핵심인물로 언급돼왔다. 2006년 5월 전문은 그를 중동평화 과정에서 미국·이집트 관계의 “가장 성공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술레이만은 무바라크와 함께 퇴진해야 할 구 체제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깊다. 93년부터 무바라크 폭압정치의 선봉역을 해온 악명높은 이집트 정보기관 책임자로 일해온 만큼 인권탄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실제로 그는 9·11 테러 용의자를 해외 비밀감옥에서 고문한 뒤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프로그램의 이집트 책임자였다. 특히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위키리크스 전문에서 확인됐다.

술레이만은 지난 6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무바라크 이후’의 이집트를 이끌 중심인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조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