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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련 기사 2010.2.~

이집트 시위 ‘난기류’

이집트 시위 ‘난기류’

ㆍ협상나선 야권 ‘무바라크 퇴진 시점’ 이견 노출
ㆍ우호적인 軍도 시위대 해산 종용 ‘미묘한 변화
접점 찾을까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오른쪽)이 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과의 협상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30년간 내려졌던 비상계엄령 해제와 개헌 등을 약속했다. 카이로 | 신화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2주일째인 7일(현지시간)에도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주도하에 야권과 본격 협상에 나서면서 동력이 다소 약화되는 분위기다. 

그간 “진압하지 않겠다”면서 우호적 중립을 지켜오던 이집트군도 시위대에 대해 해산을 종용하고 일부 활동가들을 연행하는 등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또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시점 등을 놓고 야권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6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대와 군 사이에 시위사태 이후 처음으로 심각한 긴장감이 조성됐다”면서 “현지 인권단체들은 최근 며칠간 이뤄진 반정부 활동가와 외신기자, 시민 등 수천명이 연행된 것에 헌병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헌병대에 연행됐다 풀려난 변호사 아메드 사이프 알 이슬람 하페즈는 고위장교로부터 “무바라크 대통령이 과오를 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군은 그가 이런 식의 파국을 맞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군은 또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대에 대해 해산을 종용했고, 시위대열을 떠나 생업에 복귀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이날 일부 학교와 은행, 상점 등이 문을 열었다. 텔레그래프는 무슬림형제단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섰고, 협상이 3월까지 지속될 것임에 따라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일부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 지난해 11월 총선과 관련한 부정선거 사건 재조사를 지시하는 등 유화책을 내놨다.

한편 정부와 야권 간의 협상이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 등 시위대의 핵심요구 사항을 제외함으로써 시위대 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4·6 청년운동’ 등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타흐리르 광장 점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 최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핵심 요구는 여전히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이라면서도 수일 내로 정부와 2차 회의를 갖겠다고 밝혀 시위대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서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