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동 관련 기사 2010.2.~

이집트 정부·야권 ‘개헌委 구성’ 합의

이집트 정부·야권 ‘개헌委 구성’ 합의

ㆍ내달 초까지… 비상사태법 폐지·국민위원회 설립
ㆍ도시위대 수용 불투명… 무바라크는 즉각 퇴진 거부
무바라크 ‘상징적 장례식’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들이 6일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아랍어로 ‘나가라’ ‘애도하지 않는다’ 등을 적은 천을 들고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상징적 장례식을 벌이고 있다. 카이로 | AP연합뉴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을 포함한 범야권 지도자들과 개헌과 향후 대략적인 정치 일정에 원칙 합의를 하면서 이집트 사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해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이날 13일째 시위가 계속됐다.

술레이만 부통령을 앞세운 이집트 정부는 이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무슬림형제단 등을 포함한 범야권 지도자들과 대화를 갖고 ‘헌법개혁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마그디 라디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AFP통신은 라디 대변인을 인용해 이 위원회는 오는 3월 첫째주 이전까지 헌법 개정과 그에 따른 법률 개정안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것으로 법조계 및 정계 인사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은 또 현재의 치안상황을 고려해 약 30년 동안 지속돼온 비상사태법을 폐지하고, 오는 9월 대선 때까지 국내 상황을 관리할 ‘국민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를 확실히 하고 언론 탄압도 중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시위대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무슬림형제단을 제외한 야권과 지식인, 경제인 등은 ‘현인회의’ 그룹을 구성하고 술레이만이 이끄는 과도정부하에서 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이집트 정부가 밝힌 권력이양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술레이만의 개혁방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술레이만이 이끄는 과도정부에 힘을 실어 무바라크 이후 권력 공백기에 급진세력이 부상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무바라크는 5일 자신의 아들이자 당 정책위원장인 가말을 포함해 국민민주당(NDP) 지도부 6명을 사퇴시켜 시위대의 변화 요구를 부분 수용했다. 무바라크는 그러나 “국가적 혼란이 우려되므로 즉각 사임하지 않겠다”며 NDP의 당수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은 6일에도 정치권의 대화 움직임과 달리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