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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뎅기열 줄이려 유전자 조작 모기?

뎅기열 줄이려 유전자 조작 모기?

모기가 퍼뜨리는 전염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된 모기를 자연으로 대량 살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 재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말라리아 모기|경향신문 DB>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과학자들은 영국령인 카리브해 케이맨제도에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사용한 소규모 실험을 실시한 결과 모기 개체 수를 6개월 동안 80% 줄일 수 있었다고 11일 밝혔다.

모기연구통제기구와 함께 유전자 조작된 모기 300만 마리를 사용한 이 실험을 통해 브라질, 말레이시아, 파나마 등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뎅기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주로 암컷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전파되며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옥스포드에 기반한 옥시텍사의 연구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해 수컷 모기들이 항생제의 일종인 테트라클라신을 정기적으로 공급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항생제가 없으면 모기들은 며칠 만에 죽게 된다. 이 수컷 모기들이 야생으로 풀려나가 암컷 모기들과 짝짓기를 해서 부화된 모기들은 이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므로 자연 중에서 단기간 안에 죽게 되는 것이다.

옥스포드대의 과학자인 동시에 옥시텍의 창립자인 루크 앨페이는 “수컷 모기들이 적극적으로 암컷 모기들을 찾으려 한다는 것도 주된 장점 중 하나이다”라며 “연구실에서 항생제를 투입하면 모기들을 살아있게 할 수 있고, 많은 수를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기들을 자연에 풀어놓으면 야생 암컷 모기들을 찾아서 번식하고, 이들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기들은 항생제를 찾지 못하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5000만명이 뎅기열에 걸리고, 이들 중 약 2만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에 사는 약 25억명이 이 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간 전세계적으로 감염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8개국에서 뎅기열로 인해 장애를 겪게 되거나 죽은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한 결과 매년 4억4000만달러(약 4950억원) 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맨제도 모기연구통제기구의 안젤라 해리스는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실시된 실험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며 “이 실험이 뎅기열을 줄이고 인류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뎅기열의 가장 큰 문제점이 치료가 안 된다는 점”이라며 “유일하게 뎅기열을 통제하는 방법은 모기를 죽여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앨페이는 여러 나라의 정부 기구들에 유전자 조작 모기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과 비정부 기구(NGO) 등은 유전자 조작 모기들을 통해 뎅기열을 줄이는 대신 생길 수도 있는 새로운 환경 재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가자원환경부는 성명을 통해 유전자 조작된 모기를 풀어놓는 것은 환경적으로 너무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