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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주의 짓밟고 ‘군부를 위한 총선’

ㆍ내일 20년 만에 실시

‘20년 만에 실시되는 총선, 버마 민주주의로 가는 7단계 로드맵 중 5단계, 이후 6단계 의회 소집과 7단계 정부 출범.’

7일 실시되는 버마 총선에 대한 군부의 그럴듯한 선전이다. 그러나 군부가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군부의, 군부에 의한, 군부를 위한’ 게임의 법칙대로 치러지고 있어서다. 

탄 슈웨 장군이 이끄는 버마 군부는 지난 8월13일 선거일을 공고하면서 8월30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하도록 못을 박았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군부 출신 말고는 제대로 후보자 등록을 하기엔 애시당초 빡빡한 일정이었다. 

군부는 또 지난 3월 민주화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범법자들은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하는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가택 연금 중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물론 구금 중인 정치범 약 2100명도 총선에서 배제됐다. 

군부는 이와 함께 안정적인 의석 확보를 위해 각 의회에서 25%의 의석을 군부가 지명할 수 있도록 하고 선거위원회도 군부가 구성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탄 슈웨가 총선 후 의회가 선출하는 버마연방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탄 슈웨를 지지하는 연방단결발전당(USDP·군부 출신)은 1163개 선거구에 거의 빼놓지 않고 후보를 냈고, 역시 군부 출신들이 만든 민족통일당(NUP)도 999명의 후보를 냈다. 일부 지역에만 후보를 낸 여타 정당들에 비해 크게 유리한 상황이다.

외국 외교관과 언론인들에게는 군부가 정한 일부 투표소만을 공개해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선거 보도를 방해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국내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5일 AFP통신에 따르면 USDP가 뇌물을 주거나 주민들을 위협해 표를 얻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부는 소수민족 상당수의 투표권도 박탈했다. 모두 3400개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약 150만명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서 와족과 카친족 등은 정부군과의 전투에 대비해 병사를 추가 모집하고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족민주동맹(NLD)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LD는 군부의 편파적인 선거법에 반발, 지난 3월 말 총선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NLD 내에서 갈라진 민족민주세력당(NDF)은 모두 163명의 후보자를 냈고, 무소속으로도 82명이 나섰다. 이들은 “단 1석을 얻더라도 원내에 진출해 정부와 대화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는 총선 후인 오는 13일 수치 여사에 대한 연금을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NLD는 1990년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에 의해 선거결과가 무효화됐다.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의회가 구성되는 만큼 미세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버마 독립언론 이라와디 등은 탄 슈웨 이전의 독재자인 네윈을 지지하는 NUP의 등장과 군부 내부의 파벌다툼을 들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소수파들이 지방의회 등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마 전문가인 버틸 린트너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버마의) 민주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엔이 버마 내 인권침해 범죄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버마의) 젊은 장교들과 관리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이뤄지며 상원 격인 민족회의와 하원 격인 인민회의, 지방의회 의원들을 각각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