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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사 2010.8.~

전쟁보다 ‘난개발’이 고대 유적 파괴 주범

ㆍ저개발 국가 도시화로 전 세계 200곳이 신음

팔레스타인 내 7세기 이슬람 우마이야왕조의 히샴 궁전 유적(위).
터키 내 9세기 아르메니아왕국 수도 아니의 교회 유적(가운데).
황폐화된 이라크 내 고대 수메르문명의 우르 유적(아래).

메소포타미아를 제패했던 고대 아시리아제국의 수도 니네베, 이슬람 최초의 왕조였던 우마이야왕조의 화려했던 히샴 궁전.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국가들이 남긴 문화유적들이 난개발과 관리 소홀로 파괴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 2003년 이후 전개된 전쟁 및 내란보다도 도시화에 따른 개발이 더 큰 문화유산 위협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세계문화유산재단(GHF)은 18일 펴낸 보고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구합시다’를 통해 전 세계의 고대유적 가운데 200곳이 난개발과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관리 소홀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도 80곳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의 고대유적들이 파괴되고 있는 첫 번째 원인으로 저개발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과 도시화를 꼽았다. 팔레스타인 예리코 북쪽의 우마이야왕조 유적인 히샴 궁전은 도시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라크 북부 모술 지방의 니네베 유적도 지역의 절반가량이 불법적인 난개발로 파괴되고 있다. 히샴 궁전과 니네베 유적 모두 재단이 위기에 처한 고대유적 200곳 가운데서도 파괴 정도가 가장 심각한 3곳으로 꼽은 곳이다.

이 밖에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호텔과 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베이징 인근의 역사유적들을 파괴한 것과 이집트의 기자 유적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가 개발로 인해 고대유적이 파괴되는 사례로 꼽혔다.

터키와 아르메니아 사이 분쟁으로 방치돼 있는 터키 국경지대의 중세 아르메니아왕국 수도 아니의 유적은 관리 소홀로 파괴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재단에 따르면 ‘1001개 교회의 도시’로 불렸던 아니에 남아있는 건물 대부분이 붕괴 직전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원전 3000~4000년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수메르문명의 도시국가이며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으로도 추정되는 우르 유적은 여전히 이라크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 둘러싸여 있다. 

관광객들이 유적을 함부로 만지거나 올라가는 것도 고대유적들이 파괴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 밖에 주민들의 약탈과 전쟁 등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2000년에서 2009년까지 10년 동안이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역사상 가장 많은 고대유적이 파괴된 시기이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인간으로 인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0년 현재는 파괴되고 있는 고대유적을 지키기 위해 246억달러가 필요하지만 2025년이 되면 보존 및 보수 비용이 1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며 유네스코와 각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